〈소주전쟁〉은 2025년 5월 개봉한 드라마 영화로, 한국의 국민 술 ‘소주’를 둘러싼 기업 전쟁과 자본주의의 이면을 풍자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이제훈, 유해진, 조우진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등장하며, IMF 이후의 한국 경제, 로컬 브랜드의 생존 전략, 글로벌 자본의 침투 등을 리얼하게 풀어내 흥미로운 볼거리와 깊은 메시지를 동시에 전한다.
☑️ 자본에 삼켜지는 전통, 소주 산업의 민낯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수많은 한국 기업들이 외국 자본에 넘어갔다. 영화 〈소주전쟁〉은 이 시대적 배경을 모티프로, 전국을 평정하던 국보소주가 글로벌 투자사의 표적이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극 중 이제훈이 맡은 캐릭터 ‘범’은 글로벌 투자사 소속으로, 국보소주를 인수하기 위해 치밀하게 회사 내부에 침투한다. 그의 목적은 단순한 M&A가 아닌, 한국 술문화를 대체 가능한 ‘투자 상품’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설정은 단순한 기업 전쟁을 넘어, 문화 침식과 정체성 붕괴의 문제를 드러낸다. 외국 자본이 한국인의 감성과 문화가 담긴 제품에 접근할 때, 과연 무엇을 잃게 되는가?
영화는 관객에게 단순한 경영 드라마가 아닌, 사회와 역사, 그리고 민족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또한 영화의 미장센, 배경 음악, 소주 공장과 지역 상권의 모습은 단순한 장치가 아닌, 시대와 문화를 표현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감독은 이를 통해 ‘익숙하지만 낯선’ 풍경 속에 한국 자본주의의 씁쓸한 현실을 녹여냈다.
☑️ 유해진과 조우진, 로컬 브랜드의 자존심을 지키는 사람들
국보소주 내부에는 회사를 지키려는 ‘종묵’(유해진)과 회사 핵심 라인 ‘종록’(조우진)이 있다. 두 사람은 회사의 전통과 구성원의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외부 투자자에 맞서 싸운다. 특히 유해진은 특유의 인간미와 진정성으로, 흔들리는 회사 속에서도 끝까지 직원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깊은 감동을 자아낸다. 조우진 역시 진중한 연기로 회사의 실무를 책임지는 캐릭터를 실감 나게 연기한다. 두 배우의 케미는 전작 〈택시운전사〉, 〈공작〉 등에서 보여준 호흡 못지않게 강력하다. 이들은 “소주는 단순한 술이 아니라, 시대의 기억과 지역의 뿌리”라는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또한 이 영화는 소주 회사가 단순한 술 제조 기업이 아니라, 수많은 지역 상권과 가족의 생계가 걸린 커뮤니티임을 보여준다. 한 병의 소주 뒤에 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지역 경제의 연쇄 구조는 영화의 서브플롯으로 기능하면서, 영화에 풍부한 사회적 메시지를 더한다.
☑️ 술이라는 일상 속 매개체로 풀어낸 한국 자본주의의 민낯
〈소주전쟁〉은 ‘술’을 소재로 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영화는 술을 통해 인간의 욕망, 시스템의 냉혹함, 그리고 선택의 딜레마를 조명한다. 소주는 회식의 도구이자, 혼술의 친구이며, 때론 감정을 추스르는 매개체다. 이 일상적 요소를 영화는 극도로 확장시켜 사회 전체의 축소판으로 만든다. 특히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범’과 ‘종묵’의 대립 구도는 단순한 적과 동료를 넘어서, 서로가 지닌 가치의 충돌로 발전한다. ‘범’은 결국 투자자로서의 사명과 인간적인 정 사이에서 갈등하고, ‘종묵’은 소주를 지키기 위한 고집이 때로는 누군가의 발목을 잡는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이러한 서사는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지키며, 무엇을 포기하고 있는가?" "성공은 이윤인가, 아니면 사람인가?" 영화는 강한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코믹한 장면과 현실감 있는 대사들로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해소시킨다. 또한 회식 자리, 골목 상권, 소주 제조 라인 등의 장면들은 현실감을 높이며 관객의 몰입을 극대화한다.
〈소주전쟁〉은 술이라는 대중적 소재를 통해 자본주의, 공동체, 생존, 문화 정체성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풀어낸 작품이다. B급처럼 보일 수 있으나 결코 가볍지 않으며, 오히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설정 속에 중요한 메시지를 심어놓았다. 감독은 현실과 풍자, 감동과 유머의 균형을 탁월하게 잡아냈으며, 배우들의 연기는 설득력을 더한다. 이 영화는 단순한 오락 영화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꼭 한 번은 극장에서, 또는 혼자 조용히 한 병의 소주와 함께 감상하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