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키17'은 봉준호 감독이 연출하고, 로버트 패틴슨이 주연을 맡은 SF 영화로 2025년 개봉을 앞두고 큰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원작은 에드워드 애슈튼의 소설 『Mickey7』이며, 인간 복제 기술을 활용한 세계관 속에서 존재의 의미와 정체성, 생명의 반복성과 소멸에 대해 철학적으로 접근합니다. 본 리뷰에서는 미키17의 핵심 세계관과 복제 기술의 윤리, 존재론적 질문들, 그리고 감독의 해석 방향을 분석해봅니다.
1. 인간 복제와 반복되는 존재의 의미
'미키17'의 핵심은 반복 가능한 존재, 즉 죽어도 계속 대체되는 '복제 인간'의 개념입니다. 주인공 미키는 탐사 임무 중 위험한 작업을 담당하는 '소모성 인간(Expendable)'으로, 죽을 때마다 뇌의 백업 데이터를 새로운 복제체에 주입해 다시 태어납니다. 이 설정은 단순한 SF 장치를 넘어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죽음이란 무엇이며, 복제된 나는 과연 진짜 '나'일까요? 영화에서 미키는 17번째 복제체로 살아나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이전 복제체였던 ‘미키16’이 아직 살아있는 상황이 발생하며, 두 ‘자신’이 공존하게 됩니다. 이 장면은 아이덴티티의 충돌을 드러내는 매우 중요한 시점이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이 이야기 전반에 깔립니다. 이처럼 미키17은 SF 장르 특유의 기술 설정을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유도합니다. 기억과 신체의 연속성이 유지된다 해도, 나의 정체성은 지속되는 것일까요? 아니면 단지 기억이 복제된 또 다른 개체일 뿐일까요? 원작 소설에서는 이와 같은 존재론적 긴장이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롭게 그려지며, 봉준호 감독은 이를 보다 묵직한 드라마적 어조로 풀어낼 가능성이 큽니다.
2. 복제 기술과 윤리적 갈등의 구조
‘미키17’의 복제 시스템은 미래사회에서 인간 생명을 도구화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복제 기술은 본래 인류 생존을 위한 효율적 자원 활용의 일환으로 등장하지만, 영화에서는 이 기술이 인간의 존엄성을 어디까지 훼손할 수 있는지를 질문합니다. 미키는 자신의 생명보다 임무 수행이 우선시되는 시스템 속에서 "죽어도 괜찮은 존재"로 취급받습니다. 사회는 그를 하나의 자산, 교체 가능한 부품으로 인식하며, 이러한 시각은 복제 기술이 윤리적 기준 없이 사용될 때 벌어질 수 있는 문제를 경고합니다. 더불어, 복제체 간의 인식 차이도 중요한 갈등 포인트입니다. ‘미키17’은 자기 자신이 ‘진짜’라는 인식을 갖고 있고, ‘미키16’ 또한 동일한 자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두 존재는 서로를 위협으로 간주하게 됩니다. 이는 인공지능이나 복제 인간을 다룬 여타 SF작품들(예: ‘블레이드 러너’ 시리즈)과 유사하면서도, 자신과 ‘자신의 사본’ 사이의 대립이라는 독특한 서사를 보여줍니다. 봉준호 감독은 ‘설국열차’에서 계급 문제를, ‘옥자’에서 생명윤리를 다룬 바 있으며, 이번 작품에서도 기술 진보와 윤리적 한계 사이의 긴장을 날카롭게 짚어낼 것으로 기대됩니다.
3. 봉준호식 세계관 해석: 정체성과 사회 풍자의 결합
봉준호 감독은 항상 장르적 틀 안에서 인간 존재와 사회 구조를 탐구해왔습니다. ‘기생충’에서는 계층 구조와 위선을, ‘설국열차’에서는 권력의 위계와 혁명을 다뤘으며, ‘미키17’에서는 복제체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이 처한 정체성의 위기와 사회적 도구화를 다루려 합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봉준호가 단순한 철학적 질문에 그치지 않고, 이를 대중적 서사로 풀어낸다는 것입니다. 미키의 이야기 속에는 유머, 블랙코미디, 스릴러적 요소가 공존하며, 관객은 생각하면서도 몰입할 수 있는 구조를 경험하게 됩니다. 미키17이 공존하게 되면서 발생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들, 예컨대 두 사람이 한 명의 인생을 놓고 다투는 설정은 풍자적입니다. '누가 진짜인가'라는 질문은 결국 인간이라는 존재가 복제 가능해질 때 우리는 어떻게 스스로를 정의할 수 있을지를 묻는 이야기입니다. 감독은 이런 소재를 통해 현대 사회가 개개인을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교체 가능한 자원’으로 보고 있는지를 풍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복제 기술은 단순한 SF 설정이 아니라 현대 노동 구조와도 연결된 은유인 것입니다.
‘미키17’은 단순한 SF 영화가 아닙니다. 복제라는 기술적 설정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 윤리, 자아의 연속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봉준호 감독은 이 이야기를 통해 현대사회가 개인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한 통찰을 던지며, 기술과 인간 사이의 균형에 대한 고민을 시청자에게 요청합니다. 2025년 이 영화가 어떤 방식으로 관객의 머리와 가슴을 동시에 자극할지, 기대해 볼 만합니다.